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늙으면 고독하다... 던...

가을길 2011. 8. 9. 16:37

 

"잠시 기다리시게..."
공장에 붙은 안채로 가서 세수를 하고, 정장으로(여름이건 겨울이건) 차리고 나오신다.
5분거리도 안되는 곳의 식당, 그리고 한 시간도 채 안걸릴 점심식사를 위해서.
- 근 20년전, 당신 맏아들과 동갑인 내가, 검수하러 가면...

 

아무리 사소해도 약속은 지켜야하기 때문에, 약속에는 인색하지만,

전,후를 다 살펴서 내세우는 '자신,신조'에는 절대 타협이 없는 사람.
오래전, 외주관리 담당할 때 알게 된, 어떤 기계제작처의 사장에 대한 기억이다.
존경하고 싶은 '쟁이' 중에 한분으로써,

담백, 깨끗, 정확한 거래였기에 시간 한참  흘렀어도 성함을 기억한다.

 

10년 가까이 그 회사와 거래하다가, 내가 다른 업무를 맡게 되어 직접 대하지 못하고,
회사도 옮기고 해서 근 5~6년을 내왕이 없이 지냈는데... ,
3년여 전, 우연히 뵙게 된 자리에서, "근래, 공장을 새로 지어 이전했으니 꼭 들러달라"시기에
그러마고 '약속'을 하고서 며칠 뒤, 이전했다는 공장에 들렀는데..

사무실에에서 반가이 맞아 주시는 얼굴에는 예전의 그 밝음이 많이 스러진듯.
근황을 묻고, 답하고 하다가, 전에 부인이 편찮으셨던 기억이 나서 여쭸더니,
"4년전에 먼저 보냈어,....."
괜한 질문이었나, 싶어 주춤 하니까 짐작 하신듯, 먼저 선수를 치신다.
"어중간 한 때에 갔어, 그사람.  갈래믄 아주 빨리 가던지, 그래야 사람이나 제대로 고를 수 있지, 허허허,
아니면, 살만큼이나 살고 갈 것이지..."
"그넘도 세상 버렸어. (장남)...."
"이제 다 정리해서 저넘(막내)에게 넘겨 줬어.
쟈가, 이제 이일은 웬만큼 해나가는 것 같은데, 아직 젊어서 넓게를 몰라.
나는, 정말 이제는 기력 없어서 일도 못하겠는데 해는 벌써 내려 앉고 그러네...
자주 좀 들러서, 이부장(옛날 내..) 그 머리에 든 것 좀 쟈한테 가르쳐 주소.
애비는 이것만 만들었지만, 요새는 이일만 가지고는 어렵겠어." 

 

"요즘 생각인데 나이 많으면 고독해지기 마련이야. 나혼자 오래 살아봐야
친척도 죽고, 친구도 죽고 아는 사람들도 죽고 없어, 다 없어. 이제 오라는데도 없고 갈 곳도 없고 그래. ......"
"전화번호 좀 적어 놓고 가시게. 집 주소하고. 전화할테니까 식사를 같이 함세
나는 아직 이부장 이름도 안잊어버리고 있는데, 그래 그동안을, 아무리 일이 달라도 한 번도 오지도 않다니..."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고독일 것이다.
무턱대고 혼자서만 오래오래만 살 것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다 오래오래 살아야 하는 것이다.

혼자 남아 늙어갈 때 찾아오는 고독,
그놈과 친구가 될 수는 없을까?
그 고독과 맨날 쌈박질 하면, 익숙해질 수도 있을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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