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까치집을 헐다

가을길 2013. 1. 11. 16:55

음력 동짓달도 안지난 이즈음에 까치 두 마리, 부지런히도 삭정이들 줏어나르더라니,

지난 봄 새로 세운 변압기 옆에다, 어느샌가 공정이 한 50% 정도의 무허가 단독주택을 짓고 있었네.

까치까치 설날을 기다리는 철이지만 - 하기사, 요새 누가 설날, 설빔, 떡국에 별다름을 느낄까나...

그냥 뒀다가는 어줍잖게 정전이니 감전사고니... 그런 불상사 생길지도 몰라서,

연놀부 보단 쪼깐 마음이 곱다 싶은 내가, 마침 전기안전점검 하러 온 기사에게 '철거'를 부탁했다.

" 이겨울에요? " 의아해하면서 나갔다 오더니 "제법 많이 물어다 놨네요. 공장 전체 잠시 정전시키고서 지금 바로..."

해준단다.
차라리 지금 하는 것이 우리에게나, 까치에게나 서로 좋단다.

"올라갔을때, 그안에 새끼들 오물거리고 있으면요, 참 그거 짠~ 하거등요..."
"언젠가 저너머 동네 갔을 적에, 둥지안에 주먹만한 다 큰 새끼 네 마리 있길래, 화이바에 담아서

 풀섶에 두고, 일 마저 처리하고 그쪽으로 가는데, 길고양이 세 마리가 화이바 옆에 왔다갔다 해요.

 얼른 가서 새끼들 빈집 처마에 내려줬는데, 동네어른들 말씀이 며칠만 있으면 다 날아갈 거라고 했지만, 기분이 좀..."

그렇겠다. 둥지안에 새끼가 들어있으면 말이지, 거 참......

 

사람이나 뭐나, 제집 없으면 그 설움 많고 크다.

궁금해서, 우리네 주택보급률 통계자료를 찾아봤더니 뭣이 기준이 복잡다.

내 단순한 생각으로는, 총주택 숫자 나누기 총가구수 ... 뭐 이정도면 답이 나올랑가 싶었더니

그게 그렇게만은 되는 것 아닌갑다. 하여간에, 어떤 통계는 보급률이 100%가 넘었다고 보여주는데...

보여주는데 말이지, '자가보급률'은 60% 정도라고.

이런 어려움이사, 내 무지한 소치로 더 들먹일 것 아니고,

 

까치야,

하필 와 변압기나 뭐 그런데더노?

좀 시끄럽기는 해도 고속도로 옆에도 가로수 천지고, 아직 빈나무 쌔고쌨던데 말이지

하기사, 늬 눈이 높아서 이왕이면 넓직 탄탄하네... 싶어 변압기 자리가 맘에 들었겠지만

누울 자리 봐가면서 발을 뻗어야 오래오래 편한겨, 사람이나 짐승이나.

뭐, 같이 좀 살면 안되겠냐... 하겠지만, 안되는 건 안되는 겨.

 

겨우내, 그 나래 겨드랑이에 가래톳 생기도록끔 마른 가쟁이 줏어다 나른다고 애는 썼다만

이제, 툭툭 털고, 저너머 어데 터 존 데로 가서 아담스레 새로 엮어서
한여름 태풍, 겨울바람에도 끄덕없이 새끼들 키워 낼 새집 짓거라.
예전에사 너거들 울면 반가운 일 생긴다고 했지만, 요새야

어디선가는 너그들 한 마리 잡아올 때 마다 포상금을 준다고도 하더라.

흉흉하게 돼버린 세상, 그러려니 약한 늬들이 맞춰서 잘 살거리.

 

미안타, 너거들 '마이 하우스' 꿈을 박살내버려서......

빈자리가 어째, 허전키는 하다. 01/10

 

 

 

 

 

 

 

 

 

 

 

 

 

 

 

 

 

 

 

            집 찌끄레기 ... ...

            이거는 모조리 줏어 모아서 치워 버려야, 까치가 다시 얼씬거리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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