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가을하늘에 흐르는 트럼펫 소리를 들으며

가을길 2011. 9. 20. 21:52

 

 

 

 

오늘, 개인적인 볼일로 찾은 대전현충원,
현충탑 부근, 어디선가 어느 병사가 연습을 하는갑제, 귀에 익은 군가...

서풍에 구름 거친 하늘, 트럼펫이 추억을 잡아당긴다.

 

고등학교 1학년때 악대부 가입을 하겠다고 했더니,
외할머니는 한동네에 살고 있던 음악선생님 집에 가셔서,
"우리 손주, 딴따라 집어넣으면 니 모가지 짤라뿐데이.
 폐병쟁이 되구로, 어데 우리 아아를 그런데다가..."

- 외할매한테는 그런 아픔,슬픔이 있었다, 일제시대 의...

 

외할머니의(좀 끗발있었던) 협박에, 음악선생님은 내 악대부 지원서를 무시해버렸다.
"니는, 마 공부나 해라......"

그뒤로, 친구녀석들 연습하는 것이나 보려고 음악실 기웃거리면
음악선생님은 마치 강아지 쫒듯 지휘봉으로 내 머리를 겨냥해싸서 차암 내... 

 

여름방학, 운동장 건너 음악실에서 들려오는 트럼펫 소리는 어찌나 파랗던지...!
아직도 그 파아란 음률은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폐병쟁이' 하고는 아무 상관없고, 공부도 더 잘하겠다고... 조르고 졸라
기타, 하모니카를 시작했지만, 반의 반도 안차는 허전함 허전함 허전함, 지금도 허전하다.
악대부가 된 친구 한 녀석은 트럼펫의 피스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틈만 나면 불어대더니, 방속국 악단장이 되었다.

트럼펫도, 공부도 제대로 못해버린 나는, 글쎄

저런 트럼펫 소리에 늘 가슴만 멍~해질 뿐이지.

 

Nini Rosso - Solveig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