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뒤통수만 보며 산다.
어젯밤 비, 바람이 가을 치고는 좀 심하다 싶더니, 오늘 아침, 아파트 젖은 마당 한 가득 벚나무 은행나무 잎새들 모자이크.
늘 그랬듯, 올해도 계절의 뒷모습만 보면서 따라 간다.
밤 내내 잎새 떨궈버린 은행나무의 앙상한 늑골, 가을이 너무 짧아졌네..., 거 참, 가을 같지 않아 秋來不似秋 ...
저어기, 흉노 땅에서의 봄을 보는 소군의 마음도 그랬을까? 춘래불사춘
漢, 원제에게도 숱한 후궁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은 '성총'을 입어보지도 못하고 처녀귀신이 되어버렸다.
그 많은 여인네들을 다 둘러보는 것이 버거웠던 원제, 화공 (이름 : 모연수)에게 모든 후궁들의 용모를 그린 앨범을 만들게 해서는
이리 저리 뒤적뒤적 보다가, '오늘은 야를, 내일을 쟈를...' 낙점하곤 했는데
디카, 캠코더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화공의 붓끝 한 번에 초상화에서의 美.醜가 화악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니, 왕과의 동침, 이라는 로또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일단은 야시시 화장빨 좋게 메이크 업 된 초상화가 앨범에 수록되어야 했으니
뭇 후궁들이 화공에게 뒷돈 찔러줬는데, 왕소군(이름 : 장)은 돈도 빽도 없어서 (또, 자신만만 해서도?) 입을 씻고 말았다.
그래서, 화공은 '오, 늬 맛 좀 봐라...' 해서, 소군을 그냥 두리뭉실~ 한 얼굴로만 그려 버렸다.
그랬으니, 그 그림이 원제의 눈에 찰 리가 없어서 소군은 몇 년을 그냥 허당으로 지내야 했다.
소군이, 오랑캐 땅으로 가야했던 사유 ;
- 정치적인 배경은 생략.
한나라에서 흉노(선우)에게 여인(공주)를 한 사람 시집 보내기로 했는데, 원제는 앨범중에서 별 볼일 없었던 후궁들을 다 골라서
술자리에 선을 보이면서, '저 가운데서, 늬 맘에 드는' 것을 찍으라... 고 했다.
선우가, '저 여인네가 맘에 드오, 주시오." 해서, 보니까, 와우~~~ 어디서 저런 만고절색이 ? ???
원제는 머리가 띠잉~ 했다. ' 이 화공놈을 그냥...'
하지만 약속은 약속. 소군을 오랑캐 땅으로 보내기로 했다. (아까워 아까워 하며, 원제는 소군이라고 자를 붙여 줬다.)
소군은 비파 한 자락 튕기고서 말을 타고 떠났고, 화공 모연수는 썽난 원제의 칼 아래 세상을 떠났다... 라는.
* 왕소군, 그렇게 섧게 떠났지만, 오랑캐 땅에서의 삶은 그런대로 괜찮았다고 한다.
* - 그런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 캠코더, 디카... 들의 발명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고,
- 성형수술의사들의 고소득 시대가 도래했다. 어머님 날 어떻게 낳으셨던, '선생님' 날 고치시는 요즘에사 무에 걱정일까.
* 소군과 낙안 (落雁) : 소군의 비파 솜씨는, 날아가던 기러기도 비파소리에 넋이 빠져서 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낙안 落雁 이라고.
* 중국 4대 미인 : 침어 서시, 낙안 소군, 수월 초선, 폐화 양귀비 http://blog.daum.net/decent0824/714
昭君怨 / 東方虬 (동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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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네
저절로 느슨해지는 허리끈
맵시 보이려 하는 것 아니건만
* 동방규 : 당나라 측천무후(則天武后) 때의 관리, 시인
* 自然衣帶緩 : (고향생각, 에) 몸이 수척해져서 허리끈 (고무줄이 없었으니)이 느슨해진다.
춘래불사춘, 네 탓 아니고
가을이 가을 같지 않음은 내 탓이네.
LOL :
* 호胡 (오랑캐 호) 는 '어찌' 라는 뜻도 있어서, 한자(문) 重意적인 특성으로 아래와 같은 풀이도 된다.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다지만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이라고 화초가 없으랴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어찌 땅에 화초가 없겠냐만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이라서 화초가 없네
胡 :오랑캐 호, 어찌 호
精神一到何事不成 : 정신집중해도 어떤 일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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