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번 째 생일입니다. (음력)
'... 그래도 그렇지......' 하면서, 모친, 동생, 누님... 며칠 전 부터 자꾸 들먹이는 것을 마다 마다 하고서
찰밥에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점심으로는 정말로 단촐하게 셋이서
딸내미가 예약을 해둔 일식집에서 생일자리를 가졌습니다.
60번째의 생일이라고 해도, 정작에 나는
흔히 하는 말로, '새로운 시작' 이니, '지금부터...' ... 뭐 그런 생각 조차도 해 본 적 없는데 말입니다...
6개의 촛불, 너머의 옆지기와 딸내미,
집에서 하듯, 둘이서 재미나게 노래도 불러 주고, 손뼉도 치고, 촛불 불어서 끄고 환호도 하고...
그런데, 글쎄..., 나빠진 시력 때문인지, 이번엔 그 모습들이 좀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말입니다.
'누가 당신을 60대로 보겠노. 그기 다 내가 잘 챙겨서 그런 줄은 아소...'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아빠, 하시고 싶은 것에 쓰세요...' 봉투를 주고서, 딸내미는 본청으로 출장 간다고 우리와 헤어졌습니다.
나온김에 갔다 오자 해서, 마트에 들렀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옆지기 : "당신 칠순은 거창하게 해 주께. 그런데, 내 60살 때는 억수로 찬란하게 해 줘."
"왜?"
옆지기 : "... 내가 이래가주고(건강), 칠십까지 살랑가 모리겠네... 그래도, 우야든동 당신 칠순까지는 내가 있어주께..."
"문디 겉은 기, 머라카노..."
옆지기가 참말로 문디 겉은 소리를 합니다.
엄하게 말해줬습니다.
"당신은 제발, 그 테레비에서 주끼는(지껄이는) 헛소리들 듣고서, 지가 지한테 '생병' 지어내는 돌팔이짓 하지 말고, 그저 내 시키는 대로 하거래이."
뒷담화 ;
집에 와서, 둘이 앉아 맥주 한 캔씩 마시는데, 옆지기는 딸내미가 내게 준 봉투의 내용물이 은근히 궁금한가 봅니다.
열어 보니, 말단 공무원에게는 제법 부담이 될만한 돈이 들어있습니다.
옆지기 : "가시나 저기... , 손 큰 거는 알아줘야 된다, 당신 닮아서."
- 말은 그렇지만, 사실, 써야 할 데에 통 크게 쓸 줄 아는 사람은 옆지깁니다.
"당신 10만원 주께. 그리고 나머지기는 도로 줘야겠네. 등록금(대학원)도 내한테 빌려야 된다 카는 놈이..."
결국 그 돈은 내가 당장에 쓸 일이 없으니, 그냥 놔뒀다가 셋이 겨울여행 갈 때 보태 쓰기로 했습니다.
10만원 호호호~ 챙기고, 맥주 반 캔에 어리어서, 늦은 오후의 낮잠에 든 옆지기의 좀 야윈 얼굴이 안됐습니다.
이도 저도 바라는 것 없고, 그저 옆지기는 나보다 쪼매는 더 오래 살아야 하는 겁니다.
60, 거 뭐 있어 ? 맞습니다. 그냥 그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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