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가을비 저녁답의 유쾌한 상상 - 커피 권하는 사람

가을길 2013. 10. 10. 21:01

 

 

 

 

 

 

온다는 야그도 없었는데 가을비가 촐촐히 옵니다, 초저녁 부터.

어느 블로그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 ...
가을비 오는 길, 
가을 지나는 길 지켜 홀로 앉은 '모르는 사람'이
암말도 않고 건네는 종이컵의 커피...

 

답글을 쓰다  문득,  내가 그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어집니다,
가을을 보내며 섰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커피를 건네주는

 

댓글을 달고서 생각을 해보니, 거 좀 그럴 듯합니다.

누군가가 보낸 가을편지를 은근히 바람할 것 만 아니라
내가

지나가는 뉘에게 가만히 가을 커피를 건네주는 '그사람'이라면!

 

가을잎 마다에 편지를 써서 '누구라도' 에게 가을 바람결에 보내 봄도 좋지만,

너무 호젓하지만은 않은 숲길, 오래 된 창가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모르는 사람'이 커피를 권하기...

 

 

백로, 마음 한가해서 외딴 모래톱에 종일을 홀로 섰는 가을
- 李白   心閒且未去 獨立沙洲傍

 

서리 반짝이는 잎, 꽃보다 붉네 - 두보, 산행
霜葉紅於二月花
 

 

가을강 백로처럼 한가히 가을 길목에 앉았을 때

어깨 한가득 가을, 천천히 걸어 오는 뉘에게 커피를 권한다면

아무런 말이 없어도 되겠습니다, 서로는.

아주 잠시의 끄덕임 뿐일 때

마침 지나가는 바람 있어 잎새 한 장, 우리 어깨에 살짝 내려 앉는다면

 

아무런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제 상상은 여기까집니다.

"여보, 내일 저녁에 마트 가야지. 일요일은 안 하니까..."

그래요, 옆지기 말도 잘 들어야지요.

몸뚱이는 그예, 옆지기의 그물에 걸립니다.

 

 왜 너무 호젓하지만은 않은 길이어야 할까요?

모르는 사람도 더러 더러 댕겨야겠지요.

잘 우린 커피가
작은 스피커로 흐르는 가을을 

빨간 테두리 창문의 커피집에서

느긋할 수 있었으면 싶어서 입니다.

 

자아, 가 보입시더!

저어쯤 서글서글한 가을길

누구라도 내가 되어

내가 그 누구라도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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