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트레몰로 연습 - 딱따구리의 트레몰로가 부러운

가을길 2016. 7. 28. 14:42










청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 딱따구리는 대략 1초에 10~20번 정도로 '뜨그르르르르르....' 나무를 쪼아댄다고 한다.

  한남대학교 숲의 봄철, 새 둥지를 만들 무렵에, 그리고 나무 둥치에서의 식사시간에 따그르르르르~~~. 

  이 숲에서는 두 종류 (눈의 띈 것만)가 보이는데 - 오색딱따구리, 청딱다구리 - 어떤 녀석들의 소리가 좋은지는 모르겠다.

  

* 나무 둥치의 목질부, 그 단단한 것을 저 정도의 속도로 쪼아대도, 뇌진탕에 걸리지 않는 것(이유)에 대해서는

 나보다 더 궁금해했던 생물학자들이 대충 밝혀냈고, 딱다구리의 두개골 구조, 뇌가 충격에 견디는 원리를 이용해서

 비행기 블랙박스의 보호 장치를 개발하는 것에도 적용이 될 것이라칸다.

 짜식, 맨날 만화영화 주인공만 하는 줄 알았더니......


클래식 기타 연주법의 하나인 '트레몰로 tremolo' !

흔한 표현으로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듯한 트레몰로 소리는, (한) 줄을 1초에 약 10번 정도 튕겨야 난다.

내사, 은쟁반에 옥구슬을 굴려보지 못해서 실감을 하지 못 하네.

초가을 밤, 모친 계시던 촌 집, 대숲에서 듣던 방울벌렛소리 !!!


한 줄을, 세 손가락으로 아주 고르게 고르게, 1초에 10번을 튕기기.

설령 10번의 빠르기로 튕겼다 해도. 고르디 고른 간격과 고르디 고른 셈, 여림이 갖춰지지 않으면

참담하게도, '알암(함)브라 궁전의 회상' 이 '알함브라 경마교습실'이 된다.

- 고르게 고르게, 끊어짐이 없는 소리를 내려면, 6개월~ 1년 정도는 연습을 '제대로' 해야 한다니 숨이 막힌다. 

한 서너 해 연습을 해서 '알함브라 궁전'으로 손님을 초대하려 하는데, 어쩐지 불가능할 지도 모르겠네. 

 

*트레몰로를 빠르게 칠 수 있는 방법은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천천히, 고르게 고르게' 치는 것이란다.


1) 봄날의 아침 나절의 숲에서 듣는 딱따구리 소리

2) 목탁소리

옆지기를 따라 가끔, 절에 가면 듣게 되는 목탁 소리도 뜨그르르르~~~ 한다. - 뭐 눈엔 뭐 밖에 안 보인다.

무슨 불경인지 몰라도 한없이 한없이 '관세음보살...'을 읊으면서 목탁을 두드리는데 

그 끝 무렵에서는 '관셈보살관셈보살관셈보살...' 숨도 안 쉬는 듯 빨리 읊는데 (목탁은 16분음표로 알레그로, 똑똑똑똑)

마지막 관셈보살~~~ 하고, 목탁을 멈추는 순간의 '뜨그르르르 ...' .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그 소리가 희한하게도 딱따구리 쪼아대는 것과 비슷하다.

그저 본능에만 충실할 뿐, 욕심없이 사는 딱다구리와, 주야장천 중생제도에 골몰한 '스님'들은 트레몰로를 잘 한다는 공통점이 있네!



* 무궁동無窮動 이라고 하던데, '무한한 튕기기 연습'의 결과에 나오는 소리란 말도 되나?  


하다 하다 지겨울 때는 염불소리를 떠올리면서, 속으로 관셈보살 관셈보살 관셈보살... 

손가락 4개(오른손 엄지 검지 중지 약지)를 움직일 리듬이 관셈보살에 딱 맞아서 가끔 써먹기도 한다.

- 관셈보살 열심히 부르다가, 언젠가 나도 해탈이건 열반이건 하게 된다면, 저 마지막 뜨그르르르르 소리가 내 기타에서도 나오지 않을까?


관 셈 보 살
딱 다 구 리
낼 아 침 은

산 책 길 에
딱 따 구 리
트 레 몰 로
들 을 수 가 
있 을 랑 가

관 셈 보 살 

딱 따 구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