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커피와 냉이와

가을길 2011. 11. 30. 11:43

 

 

 

"오 백원만 더 줘유..."
부실해진 이빨 때문에 입술에도 주름이 골골이 패인 할매는
못내 아쉬워, 냉이 무더기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데...

명품 안경 번뜩이는 여인네는 기어이 받아냈다,

한 바구니 가득 냉이와, 
바구니에 든 것 보다는 조금 적은 듯한 냉이 무더기까지를, 단 돈 1000원에!

 

아지매, you are the winner!

스타벅스 starbugs - 별 파먹는 벌거지들 - 의 커피 한 잔은

4000원 부터 ...

 

우리(옆지기와 나)는 봤다,

방긋방긋 웃으면서 전문(전문?) 커피점에서 우르르 몰려들 나와서는
삐까뻔쩍할 다음 약속을 길거리 시끄럽도록 재잘거리고, 이내 곧
시침 뗀 홀로일 때의 아낙이,
북적이는 보도에서, 하루 종일 발걸음들의 구두만 보고 앉은 할매가
바람 속에서 낱낱 다듬어 놓은 냉이 한 바구니에게는
얼마나 인색한지를.

 

햇살에 그을려 주름살 마저 검어진 할매는
집이 어딘지는 몰라도, 참 깔끔하게도 다듬어진 토란,쪽파, 나물거리를
엎어놓은 커다란 다라이 위에 놓고 판다, 먼지 폴폴한 길가에서.

몇 푼, 몇 번 안되었지만 생강, 마늘, 나물 사줬다고
이제는 우리에게 먼저 아는 척도 해주는 할매.

 

냉이를 무쳐 먹자... 싶어 할매한테로 가는데, 그
전문커피 아낙이 먼저 흥정을 한다.
이제 두 바구니 정도 남은, 참 참하게 다듬어진, 뿌리도 아주 그만그만한 냉이!

돈 천원에, 기어이 두 무더기 냉이를 그 아낙이 다 가져갔다.
"오 백원이 없는갑쥬..." 할매가 서운하게 웃는다.

"예, 그 아줌마가 돈이 모잘랐나봐유,,,: 대꾸 해주면서 같이 빈웃음 웃었다.
옆지기도 아픈 표정이었다.

담에는, 햇살속에서 웃는 할매의 얼굴을 담아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