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옥수수 가루 죽...
옥수수 가루는 노오랗게 쪄낸 빵이 맛있지만 , 그건 어쩌다가
한 번의 재수 좋은 날의 이야기다.
숙직실 부엌 아궁이, 목욕통 만한 가마솥 가득 보골거리는 옥수수죽은 정말 허여 말갰다.
죽을 쑤어서 양을 늘려야 다같이 갈라 먹을 수 있으니까...
하여간 그때는 質 보다 量 !
채소값이 비싸다 너무 비싸다... 옆지기가 노래를 부르는 요즘,
그러려니... 뿐, 같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솔직히.
시장 다녀 온 옆지기가 주섬주섬 감자,새송이, 양송이,고추... 꺼내 놓는데
어라, 부추도 한 단 - 이래야 내 손아귀에도 차지 않는 묶음.
"그래, 비도 촐촐하게 오는데 정구지(부추)전 부쳐 먹자, 고추도 썰어 넣고...
막걸리는 내가 수퍼에 가서 사오께..."
"머라카요, 부추가 이기 얼마짜린데. 5000원 이요, 5000원.
이거를 한 입에 톨~ 털어 넣자꼬?"
"아따, 어째 정구지가 고기보다 비싸노, 저거 한 단 가주고 뭐, 부침개 둬 장이나 나오겠나.
마, 그래도 묵자, 묵고 죽자... ㅎㅎ"
휘파람 불면서, 우산 받쳐들고 나가서 막걸리를 한 병 사왔다.
재료준비를 하는데, 가만 보니까 뭣이 잡동산이 많이 나와있다.
양파, 감자 당근, 고추, 계란, 버섯...
이건 뭐, 부재료가 주재료 보다 한 둬 배는 많네.
옆지기 : "부추만 하면, 정말로 두 서너 넙때기 밖에 안되니까, 이거 다 넣어서 할거야.
그래야 둬 장씩은 돌아가지 ㅎㅎㅎ"
"이거 뭐, 물장사도 아니고 부추전도 아니고, 완전히 잡전이네 잡전...
마, 고만 해라, 엔간히 불려랴 불려..."
어쨋거나, 한 줌도 안되던 부추로 도깨비 살림재주 덕분에 잡전이 8장이나 부쳐졌다.
국적불명, 정체성 불명의 전을 놓고, 막걸리 한 사발씩 마시면서 멀갰던, 저 옛날의 옥수수죽 이야기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사는 것은 질 보다 양이 우선이구나... ...
양 보다 질이 좋은 이야기 :
양치기 톰 Tom과 주인, 해 저물녘 양들을 몰고 집으로 가는데
양 한마리가 옆길로 빠지고 지랄이야.
톰과, 주인 양을 잡으려 뛰어 가는데, 갈림길에서 양이 왼쪽길로 도망을 가는 거야.
헐레벌떡 하던 톰이 얼핏 보니, 갈림길 오른쪽 길에
동네에서 젤로 예쁜 질 Jill 이 웃고 서있네...
순간. 심란해 진 톰, 냅다 질이 있는 쪽으로 뛰는거라...
주인 : "fuck you, 야 이자식아, 어데로 가는 거야, 양을 잡아야지, 양을!"
톰 : "냅둬유, 지는유, 양보다 질이 좋아염..."
해석을 잘 해야져... ...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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