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튀는 색상의 등산용 베낭을 메고, 털모자 쓴 스님 두 분이
역 부근 골목어귀의 붕어빵 리어카 앞에 서성대는 곁을 지날 때 스쳐 들은 대화,
"... 그냥 옛날 맛으로요..."
"점심 맛 없어요. 나머지는 가지고 가요..."
목소리 들으니 비구니(여승) 스님들이네.
저 붕어빵 리어카는 7마리에 1000원 씩이다.
'스님네들, 선 자리에서 붕어빵 몇 마리를 자시고 가셨을까...
그 옆에, 아주 추워보이는 노숙자양이 멀거니 보고 섰던데
스님들이 그 중생에게 붕어 한 마리 베풀고 가셨을까...?'
아닐 듯 싶다.
왜 아닌 듯 싶었는가... 하면,
첫째, 스님네들의 차림새가 아주 아주 따시게 보였었고
다음, '거지에게 적선을 하는 것은 거지생활을 연장 시키는 행위' 라는 교육을
잘 받았을 것이기에, 배운대로 실천 하셨을 듯,
끝으로, 불결하면서 좀 거친 듯한 외간남자에게 좀 두려움을 느끼기도 해서 망서리다가 돌아섰거나...
뭐, 대충 이랬을 성 싶다. - 도무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내가 지나칠 즈음까지는.
뭐, 스님네들의 외양이 따시고 복되게 보여서는 안될 것도 없고,
길 가다가 붕어빵도 사먹을 수 있고 말고다.
그건 다, 스님들이 업을 잘 지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등 따시고 배부르면, 남의 어려움은 자칫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붕어빵에는 고깃점이라고는 한 낱도 없으니.
붕어빵 먹는 것은 살생 범하지 마라는 계율에 받치는 것도 아니다.
노르스름하게 구워진 붕어들은 모두 동그랗게 예쁜 '닭눈'을 하고 있다.
물고기들은 잠 잘 때에도 눈을 감지 않는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졸지 말고 수행하면서, 늘 시방세계 중생을 살피라는 뜻으로
목어를 만들어 달아놓고, 그 내장을 긁는다던가.
어떤 고승은 졸음(수마)를 쫒으려고 자기 눈꺼풀을 도려내버리기도 했다던가...
동그란 눈의 붕어빵 드시고서, 그 감기지 않는 좋은 눈으로
어느 구석지 외로운 중생을 그냥 지나쳐 버려지지 않는지 잘 살펴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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