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우리표 국간장, 자랑스럽다 !

가을길 2011. 9. 15. 20:29

 

내가 제일 좋아라, 즐겨먹기로는 된장(찌게던, 국이건), 하고 김치!
빡빡하게 지진 된장찌게에 김치,만 넣은 비빔밥을 아침에도 먹고나갈 때가 자주다.
"무슨 속이 그렇노, 이 아침에 그런 빡빡한 게 잘도 먹히는갑지예..." - 옆지기의 경이와 찬탄 (요즘도)
된장, 김치 맛있고, 밥 질지만 않으면 뭐, 밥강도가 바로 나다.
그러니, 된장, 장아찌... 그런 것에 모친도 식구도 신경을 많이 쓴다.

 

결혼 후, 여지껏(꼭 30년)을 모친표 된장, 고추장, 장아찌...를 먹었었는데
작년가을 무렵부터, 모친 건강이 장담그기... 그런 것 준비하기에 너무 안좋아져서,

된장을 우리가 담아보기로 했다. 대충의 레서피는 모친에게 전화로 물어서...
올 초, 메주 두 장을 사서 딴에는 정성껏 담았다.

한 달 쯤 지나서 간장 우려내고, 덩어리는 버무려서 된장항아리에!

간장 빼지 않은 막장은 다음에 담궈보기로 - 이 막장이 정말 맛있다.

 

이번 추석, 나물 준비하다가 조선간장 찾는 모친에게
"어무이. 이 간장 맛  한 번 봐주이소..."

옆지기는 좀 긴장하는 듯 - 입맛 유별나게 까다로운 (그만큼, 음식솜씨 좋은...) 시어머니...

"맛있네... 쪼매 덜 익은 것 같지마는, 맛있다. 이거 써도 되겠다"
"애비하고, 봄에 우리가 담아본 깁니더..."
"우야꾸나, 첫솜씨가 이래 좋노. 인자 마 내사 다 아자뿌도 되겠다. 에미야 참 맛있데이..."

좀 굳었던 식구 표정이 사르르르 풀리면서,
"어무이, 인자부터는 우리가 담으께예, 아무 걱정하시지 마이소..."

 

식구,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성묘가는 차안에서
"올겨울에는 메주도 우리가 쑤까? 좀 많이 담아서 우리도 묵은 된장, 간장 묵구로..."
"간장 맛있다카이 기분 디기 좋는갑네 ㅎㅎㅎ~"
"우리표 국간장 아이가...!"

"나중에, 딸내미한테도 전수해 줘라, 햅쌀 나오면 막걸리도 담아보자, 우리...ㅎㅎㅎ"

 

미미하지만,  하나, 둘...  우리네 삶의 맥을 이어가는 것이다.
사 먹어도 그만일 것들이지만, 그래도 그래도
아련한 느낌들 마저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잖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