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至가 며칠 안 남은 무채색 하늘이 심심한 오후, 문득 하짓날 담근 매실주 생각이 난다.
추분께, 매실 건져 내고 덧술 넣을 때 그 빛이 심상찮았었는데 지금은 어떤 빛일까?
꽁꽁 봉한 중도리 단지 뚜껑을 여는데, 빛보다 빨리, '술 익는 마을' 내음! - 木月
한 국자 퍼서 와인 글라스에 옮겨 담았더니 하짓날 햇살이 그대로 녹아있다.
흥얼거린다, 노래 한 구절 '... wine color day, warm by the sun...'
저 빛, 저 내음이 내 술단지 한가득이라니! '치즈 창고의 생쥐'같이 푸근해지는 기분.
저 빛, 저 내음을 같이 나누고 싶은 두 사람 - '강나루 건너 밀밭길' 지나 간 길손들 두 분.
* 得意忘形 득의망형 - 완보병 阮籍 완적 - 죽림칠현 중의 한 명
* 蒓羹鱸膾 순갱로회 - 강동보병 張翰 장한 - 시 '추풍가'
阮步兵 江東步兵 歆饗
이른 화냥기
잔설殘雪 밭머리에서 맺어
수천 수만 입덧 달래던
시그러운 열음 한 바구니
말 반 중두리 그득 소주를 부었나이다
순채국 농어회
갈바람에 전해진 한소식
까무잡잡 중두리에
까무잡잡 중두리에
감당 못 할 빛내음
千杯를 올립니다
좋은 빛 일찌기 알아보신
완보병¹, 강동보병² 님
기꺼이 보시옵고 드시옵고
싫은 것 싫다 해도 싫어하잖는 재주 좀 갈챠 주소.
1. 완보병 참고자료 : http://korean.cri.cn/1620/2012/08/01/1s188358.htm
得意忘形 (득의망형)
◎글자풀이: 얻을 득(得), 뜻 의(意), 잊을 망(忘), 형상 형(形)
◎뜻풀이: '뜻을 얻어 형상을 잊어버리다'는 뜻으로 매우 기뻐하여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유래:
완적(阮籍)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사상가이며 문학가이자 시인이다. 중국《진서(晋書)》 <완적전(阮籍傳)>에는 "완적은 술을 특히 좋아하고 휘파람을 잘 불며 기쁠 때에는 득의망형(得意忘形)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완적은 혜강, 유영, 향수, 완함, 산도, 왕융 등과 함께 위•진(魏晉)시대의 이름난 죽림칠현(竹林七賢)중의 인물이기도 하다. 죽림칠현은 삼국시대 조(曺)씨의 위(魏) 나라와 사마(司馬)씨의 진(晋)나라가 교체되던 시기에 예법에 구속받지 않고 죽림을 찾아다니며 술을 마시고 거문고를 연주하고 시를 읊던 일곱 명의 선비들을 일컫는다.
죽림칠현도
당시 완적은 조위(曹魏) 세력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사마염이 왕위에 올라 국호를 진(晉)으로 하고 조위 집단에 대해 학살을 감행하자 완적은 정치적 살해를 피하려고 관직에서 물러나 술로 살았다.
사마씨 통치권자들은 민심을 달래기 위해 명망 있는 인물을 찾아다녔다. 이때 완적의 뛰어난 재능을 보아낸 사마염이 완적의 딸과 혼사를 맺을 것을 제안했다. 완적은 사마염을 몹시 싫어 했지만 감히 내색할 수 없었다. 혼사를 응하기는 싫고 감히 거절할 수도 없었던 완적은 한가지 꾀를 냈다. 바로 술을 먹고 만취상태로 지내는 것이었다. 사마씨가 청혼하러 오면 완적은 술에 취해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버텼다. 결국 사마씨는 기다리지 못하고 청혼을 취소하였다. 완적은 그렇게 60일 동안이나 취중생활을 했다.
사마염이 고심 끝에 완적을 불러 관직을 권했지만 완적은 갖은 방법으로 이를 거절하였다. 버티다 못한 완적이 일부러 가장 낮은 관직인 보병교위를 자청했다. 그 이유가 보병 관청의 주방장이 술을 잘 빚고 취사장에는 술이 넘쳐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보병교위로 등용되고 나서 좋은 술을 실컷 마시면서 관의 일은 전혀 돌보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사마염을 찾아왔다.
"폐하, 완적은 중책을 맡을 재목이 못됩니다. 보병교위가 하루가 멀다하게 아문에서 술을 마시며 관의 일은 전혀 돌보지 않습니다."라고 하며 처벌하여 달라고 요구했다.
사마염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어라. 완적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누구도 간섭해서는 안 된다. 나는 완적를 잘 알고 있다. 절대 세속의 잣대로 그의 언행을 평가해서는 안 될것이다."
사마염도 그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다. 사마염이 완적을 관리로 불러들인데는 이유가 있었다. 완적을 관직에 올려 놓으면 현 정권에 대한 백성들의 불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완적에 관한 또 다른 일화가 있다. 이웃에 술을 파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는데 완적은 매일같이 술집을 드나들면서 술을 마셨다. 그러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면 종종 그 여인의 옆에 쓰러져 잠들었다. 의심이 매우 많은 그녀의 남편도 노상 술에 취해 있는 완적이 다른 뜻이 없음을 잘 알고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완적은 처음부터 술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술을 정치적 피신처로 여기며 마시다보니 어느덧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술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완적은 겉으로는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했지만 일처리에 있어서는 몹시 신중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누구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의 방탕함을 싫어해 때때로 피하긴 했지만 그를 미워하지 않았다.
<완적전>에는 "그가 기분이 나지 않으면 한바탕 소리 내어 통곡을 하였고 기분이 좋으면 목청을 높여 웃어댔는데 자기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자신마저도 잊어버렸다.(득의망형)"라고 했다.
완적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사자성어 "득의망형"은 뜻을 이루어 우쭐거리면서 뽐내는 모양을 풍자할 때에도 자주 사용된다. - 자료 끝.
2. 강동보병 참고자료 : 장한은 생몰 등이 확실하지 않다고..., 진나라 때, '吳郡' 사람으로 낙양에서 벼슬을 했다... 는 것.
시대적 배경 : 조조의 위나라를 멸망시키고 사마씨가 세운 진(晉)나라, 의 팔왕(八王)의 난 와중에
장한은 제왕(齊王) 사마경이 잠시 정권을 잡았을 때, 낙양(洛陽)에서 높은 관직에 있었다.
그러나 왕족의 다툼 속에서 자리를 오래 보전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 螳螂捕蟬 당랑포선 - 사마귀가 매미를 노리 듯 온 사방이 노리고 있는 형국.
장한은 ‘순갱로회’의 핑게로 고향으로 돌아와서 화를 피하게 되었다.
추풍가(秋風歌) - 思吳江歌라고도 함 / 張翰
秋風起兮佳景時 (추풍기혜가경시) 가을바람 일어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질 때
吳江水兮鱸正肥 (오강수혜로정비) 오강의 농어가 살이 오르네
三千里兮家未歸 (삼천리혜가미귀) 삼천리 길 벼슬살이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해
恨難得兮仰天悲 (한난득혜앙천비) 얻기 어려움이 한스러워 고향 쪽 하늘을 보며 슬퍼하네
* 蒓羹鱸膾 순갱로회 : 이 고사로 장한은 널리 회자되고 있다
진晉나라 장한張翰이 고향의 명산인 순채국과 농어회를 먹으려고 관직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갔다.
『진서晉書』권92 「장한전 張翰傳」 - “齊王疥陽爲大司馬東曹玟, 因秋風起, 思吳中蔬菜·蓴羹·嵐魚膾曰, 人生貴得適意, 何爲羈宦玢千 理, 以要名爵乎? 遂命駕歸.” . 이후
순갱로회 蓴羹嵐膾 는 고향을 잊지 못하는 절절함을 나타내는 뜻이 되었다.
진서(晉書) 장한전, 자치통감(資治通鑑)에는
장한의 자는 계응(季鷹)이다.
오군(吳郡) 사람으로서, 시문에 뛰어나고 함부로 행동하며 조그만 예법에 구속되지 않아서
당시 사람이 그를 강동보병(江東步兵)이라 하였다
* 장한의 고사를 기려, 고려 말 '이인로'의 원포귀범에서도 옥회은순玉膾銀蓴 (순채국과 농어회)을 읊었다. (비해당소상팔경시첩- 문화재청)
참고 : (http://www.dmook.kr/gallery/view.asp?seq=90513&rpage=)
* 순채국 (서호의 순채탕) : http://korean.cri.cn/1760/2014/12/30/1s221356.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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