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에스프레소

양푼 비빔밥

가을길 2012. 8. 30. 20:45

 

 

 

 



'반찬 없는데..' 옆지기 서글픈 날

아빠는 더 크게 웃었다

 

묵은 김치, 강된장에 참기름 조금, 아니면

뚝뚝 뜯은 상추, 고추장

하늘보다 큰 알미늄 양푼에
고깃칼 제 때 살 수 없는 울분도
같이 싹싹 비벼 버렸다

 

유치원도 안 간 때 부터

세상에서 젤 맛있는 것은

김치, 상추 벌겋게 비빈
'아빠 비빔밥' 으로 딸내미는 세뇌 되어졌다

여린 입가 벌건 그 자국

아빠는 늘 아팠다

 

이제 서른의 딸내미가
허브농장에서 저녁을 산단다
허브 비빔밥 '세 개'를
큰 그릇 하나'에 다 담아 달란다

'참기름도 많이요' ...

 

꽃무늬 보울 bowl 그득 

오만 허브 어린 싹, 꽃이파리들...

아빠가 비비란다

'김치 된장 아빠 비빔밥이 젤로 맛있었어요...'

'나도 그랬어...'

생전 안하던 소리의 옆지기

 

나만 아팠던 것 아니었던 갑다

양푼 비빔밥의 날들에...

 

 

                    - 양푼 비빔밥 / 2012.08 閒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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