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아침바람은 부드럽게

가을길 2011. 9. 3. 09:07

 

 

 

밤내내 나를 기다렸던 듯,
언제나 싶었던 수세미 암꽃 두 송이 피어 반기는
낮은 햇살의 베란다가 어찌 밝은지...
가는 붓에 숫꽃 꽃가루 묻혀, 엄숙하게
엄숙하게 암술꽃머리에 갖다주었다.

 

 

구석지, 미운오리새끼 같던 녀석에게는 벌써
엄지손가락 만한 수세미열매가 고운 숨을 쉬고,

조롱조롱 맺힐 봉오리들이 온밤을 기어올라
빨래건조대를 푸름으로 휘감았다.
늦둥이들이지만, 아아 ~ 잘 크거라.

 

 

이 아침, 서풍 부드럽고,

암꽃 꽃술아래 반짝이는 은방울 넥타!

새끼손가락에 찍어,
아직 소파에 누워 있는 옆지기 입에 넣어준다.
"이기 머꼬, 추접구로..."
"어떻노, 맛이?"
"이기 먼데? 쫌 달다... 먼데?"
"수세미 꿀이거등, 달재?"
"그 손, 씻은 거 아니제, 담배냄새도 나고... "

 

아침바람 하도 부드러워서, 모짜르트를 찾는다.
'저녁바람은 부드럽게'...

그래, 소나무 숲 건너 온 서풍 아니더라도

가을 초입, 이렇게 부드러운 바람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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