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에스프레소

술 익는 밤

가을길 2011. 12. 18. 22:17

 

 

 

 

 

 

섣달 밤을, 제법
몽글몽글 추억이 괴는가 보다

방 구석지, 엉성히 씌운 담요 둘러 쓴 닷 되 들이 단지

몽글 몽글 동그란 소리
 

유성 장날, 북적임의 걸음들 그늘에 쪼그린

외할매 닮은 어느 할매의

댓 장 누룩, 가난한 뻘건 다라이

아!

왜 막걸리를 담자... 싶었을까

 

장죽끝 포르스름 풍년초 연기속에

너울너울 누룩 딛는 외할매

세월 다 꼭꼭 디뎌 갈라진 뒷꿈치

듬뿍 맨소레다무를 발라주고 싶었다

옥잠화 잎에 소나기 돋는 날

너울너울 선녀의 끝없는 염불

대청마루에서 외손주는 잠이 들었다 

- 참하게 디뎌진 누룩은

여름내내 할매 냄새를 제속에 담았었다

 

흰머리 외손주네 방에서
몽글 몽글 추억이 들려주는 이야기

너울너울 선녀도 들을래나

할 줄 알면사, 기쁜
염불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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