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수능대박

가을길 2011. 11. 8. 19:57

 

11월 8일, 立冬!  이름값을 하려는지, 가뜩이나 흐린 하늘에 가로수 잎들

폭포같이 떨어지는 저녁무렵, 식빵사러 들어간 제과점이

바글거린다. 수능케익 수능 초콜렛 수능엿들을 사는 모양이다.

예년보다 좀 당겨진듯한 수능시험이 바로 모레! 그래, 날씨 춥기전에 잘하는거지 뭐...

이제, 내주위(회사,동네계원,기원친구..._에는 '수능관련' 아이들을 둔 부모는 없다.
강건너 불... 이 되었나? 아닌데, ... 아니고 싶다.
누구집 아그들이라도 시험결과 좋아서
바라는 곳으로 진학해서 좋아하는 공부 많이 할 수 있기를...

 

 

 

- 2005/11/21

일요일 밤, 기원에서 돌아와 보니 옆지기는 붓글씨 연습 중?
그런데, 소파 위에, '금돼지' 모양의 쵸콜렛이 몇 상자 있다.
'단 것 먹지마라면서 뭘 이걸 이렇게 많이 샀노...' 생각하면서 먹어 볼 요량으로
상자 한 개를 뜯으려 하니, 옆지기 질겁을 한다.
"안 돼, 이거 다 어디 어디 보낼꺼야."
"이거 다 ? 어디로?"
"빚 갚아야지, 빚 !"
"빚 ?"
"딸내미 수능 볼 때, 받은 것 갚아야지, 저어기 신탄진 계원들 집에 하고......"
※ 딸내미 수능때,  여러 곳에서 엿이랑... 많이 받았다. 그래서 시험 잘 봤다.

그렇네... , 수능이 진짜로 낼 모레구나.
여기로 이사 온지도 벌써 11년째, 딸 아이가 수능 본지도 4년 전이니...
그 동네, 그 꼬마들이 대학을 가는 모양이다.
참, 거기에도 세월 가네 ......
짜식들, 그 골목길에서 맨날 코 흘리고 싸우고 찔찔거리고, 일러주며 다니던
녀석들이 대학을 갈 만큼 시간이 갔네...

생각이 꼬리를 무는데,
"당신, 와 가만 있노? 초콜렛 먹지 마라고 해서 삐졌나? 
 냉장고에 마시는 초콜렛 있으니까 그거 마셔요 ..."
아니, 삐진 것 결코 아니다... 하모.


작은 붓으로 거듭거듭 이름들을 연습 하더니,
딸내미가 정성껏 접어 준 화선지에 써내려 간다. (요즘 익힌 흘림체로 ... )
"수능대박" ***
"수능대박" ***
"수능대박" ***
"수능대박" *** ... ...

글씨가 다 마른 후에, 포장을 한다, 나도 거들었다.
녀석들 시험 잘 보라고 덕담 해 주면서, 그리고
한마디 덧 붙였다.  - 그래야 더 귀염 받지.
"**여사, 오늘 글씨 진짜로 마음에 드네. 잘 썼어요, 잘!
 그래서, 큰 글씨만 열심히 쓰면, 작은 글씨는 거저 먹기라니까... 맞재 ?"
 - **은 서실에서 붙여 준'호'
옆지기 :  " (칭찬에 흥감해서), 당신 말이 맞네. 작은 글씨 쓰는 거는 아무것도 아니네.
              인자 짜증 안내고 큰 글씨 더 해야지. 고맙소, 당신 ㅎㅎ..."

 

창밖을 본다, 눈이 올런지 비가 올런지 ......
"잘하면, 밤에 눈도 올거라던데, 눈이나 펑펑 오라캐라.
 그라믄 재수 좋아서 그놈들 시험 잘 볼건데, 그쟈..."    - 200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