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나오니, 빗줄기가 아주 심각하다.
약속시간은 다 되가고, 주차장 까지는 100미터도 넘게 가야 하고...
서성거리는 내가 딱했던지, 나보다 조금 연배인 듯한 사람이 우산을 펴면서
"어디로 가시우? 나는 저 길건너 가는데, 급하시면 (방향) 같이 가유..."
"예, 저기 ** 아파트 상가 주차장..."
"그람, 가유"
그다지 크지 않은 우산, 초면의 남정네 둘이 어깨 반쪽씩 젖으면서
"뭔 비가 벌써부터..."
"그러게요..."
그러고는 별말 없이 한우산 같이 쓰고 걸었다.
"감사합니다."
"예, 가시우..."
거 참, 오랫만에 우산을 같이 써보네...
초등때,
맘속으로 참 좋아했던 약국집 딸내미가 (집으로 가는 길이 같았다).
무늬 고운 우산을 차악 펼쳐 들면서 집에 가자고 할 때,
좋기도 좋고, 우산 없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면서 찰박거리는 길을 같이 걷던 기억이 참 쌔애~ 하네. (지도, 어디선가 할매 되어 있겠다.)
고등학교 때,
지나가는 바람에도 휘까닥 뒤집혀서 영영 불구가 되어버린 비닐 우산, 성질 껏 던져버리고
모자창에 맺혀 떨어지는 빗방울만 보면서, 가방 옆구리에 끼고 걸을 적에
어깨 살짝 건들며 우산 한 켠 내어주며 웃던. 장로(교회) 딸내미의 (같은 학년) 고운 이빠디. - 지도, 어디선가 할매 되어 있겠다.)
잊었던 추억이 몽글몽글 돋는다, 비오는 초여름.
추억속에, 할배가 촉촉히 젖고 있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길에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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