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빗방울 같이 몽글몽글 돋는 추억

가을길 2013. 5. 27. 16:23

 

 

 

은행에서 나오니, 빗줄기가 아주 심각하다.

약속시간은 다 되가고, 주차장 까지는 100미터도 넘게 가야 하고...

서성거리는 내가 딱했던지, 나보다 조금 연배인 듯한 사람이 우산을 펴면서

"어디로 가시우? 나는 저 길건너 가는데, 급하시면 (방향) 같이 가유..."

"예, 저기 ** 아파트 상가 주차장..."
"그람, 가유"

그다지 크지 않은 우산, 초면의 남정네 둘이 어깨 반쪽씩 젖으면서

"뭔 비가 벌써부터..."
"그러게요..."

그러고는 별말 없이 한우산 같이 쓰고 걸었다.

"감사합니다."
"예, 가시우..."

거 참, 오랫만에 우산을 같이 써보네... 

 

초등때,

맘속으로 참 좋아했던 약국집 딸내미가 (집으로 가는 길이 같았다).

무늬 고운 우산을 차악 펼쳐 들면서 집에 가자고 할 때, 

좋기도 좋고, 우산 없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면서 찰박거리는 길을 같이 걷던 기억이 참 쌔애~ 하네. (지도, 어디선가 할매 되어 있겠다.)

고등학교 때,

지나가는 바람에도 휘까닥 뒤집혀서 영영 불구가 되어버린 비닐 우산, 성질 껏 던져버리고

모자창에 맺혀 떨어지는 빗방울만 보면서, 가방 옆구리에 끼고 걸을 적에

어깨 살짝 건들며 우산 한 켠 내어주며 웃던. 장로(교회) 딸내미의 (같은 학년) 고운 이빠디. - 지도, 어디선가 할매 되어 있겠다.)

 

잊었던 추억이 몽글몽글 돋는다, 비오는 초여름.

추억속에, 할배가 촉촉히 젖고 있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길에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