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장 돌아보다가, 막걸리 한 병 사잔다.
집에 가다가, 역전 벤치에서 갈라마시자나 우짜자나...
육수거리로 산, 파, 버섯,무,양파,멸치... 가득 찬 카트 끌고
역전 지하도 광장, 빈 벤치에 앉아 막걸리병 잘 흔들어서 조심조심 마개를 연다.
컵이 있을리 없으니, 내 두 모금, 지 한 모금... 해서 1.2터 짜리 반 병을 마셨다.
건너편 자리 할배들이 희한하다는 듯 보더니 빙그시 웃으며 한 말씀씩....
"거 참, 재미나게도 드시네 그려..."
"두 분이 술 엔간히 좋아하시는개벼, 안주도 없이 맛나게도 하시구만..."
그런데, 옆지기는 생전 술 안먹는다. - 주량 : 맥주 반 병 정도.
그런 사람이, 무슨 마음 내켜서 이 저녁, 막걸리를 먹자고 했는지.
그것도, 길가에 앉아서 ... ... - 30년 동안, 처음인.
넌지시 물어봤다. 왠일로 술(막걸리)? 왠일로 길거리에서?
옆지기 : "저녁 먹은 게 더부룩 했었는데, 마침 당신이 막걸리 냉장고 있는데서 기웃거리길래,
막걸리가 시원하겠더라 싶고, 또 카트 끌고 댕긴다꼬 당신 힘들게도 보이고...
우리가, 뭐, 지금 넘 이목 가릴 나이도 아이고, 이래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 뭐, 그쟈..."
그래, 유쾌한 데이트다, 우리 나이에 우리들만이 할 수 있는, 우리들의 특권.
이유가, 명분이 없어도 마음 내킬 때 언제, 어디서라도
청,탁 가릴 것 없고 좌주 佐酒야 아무러면 어떨까..
'술쟁이 부부' 는 어둡살 내려 앉은 골목길, 장구루마 끌고 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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