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따끈한 추억 - 밀크, milk라고 쓰고, 미- 읔 이라고 읽는다...

가을길 2012. 1. 4. 20:47

 

 

※ 글쎄, 미국이나... 그쪽에서는 우리가 배운 '밀크'를, 왜 '미-읔' 이라고 발음하는지 모르겠다.
    기회가 되면, 갸들에게 옳은 발음을 가르쳐야겠다. 밀, 하고 크다, 크. 밀크!

 

 

와이퍼 지난 자리만 말간 앞유리에 연신 눈발 부딪는 퇴근길,
한파특보 아니더라도 춥긴 추운갑다. 둑방길 강가 저만치 왜가리 한 마리,
선뜻 찬물에 발담그기가 뭣한 듯 웅크리고 섰는 것 보다가, 불현듯
맞어 ! 뭔가 따끈한 것이 먹고싶네...   
흠, 얼른 가서, 우유에 설탕을 듬뿍듬뿍 넣어서 전자렌지에 돌리자!
그러면, 그 따끈 따끈, 지독히도 뜨거웠던'그' 밀크!

 


초등학교 입학한지 며칠 안됐던 날, 엄마랑 집에 오는 길이 몹시 추웠었다.
조금만 더 가면 집인데, 엄마는 친구가 하는 다방으로 데리고 갔다.
한복 입은 이모가 - 엄마친구들을 지금도 전부 다 이모라고 부른다.-
"우야꼬, 이놈손아 니는 벌씨로(벌써) 글로(글을) 다 안다카이 얼매나 좋겠노..."
"야야 , - 레지누나를 보고- 여개(여기) 밀크 가주 온나..."

 

꽃무늬 새겨진, 쇠로 된 컵받침 안에 길다란 유리컵을 꽂아 레지누나가 갖다 준 뜨거운 '밀크' !
정말 뜨겁고 달콤했다. 그 기분좋은 따끈함, 달콤함...!
맛있고 맛있는 그 밀크를  아주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다 마셨다. - 옴마한테 배운대로.
내가 맛나게, 아주 조심스럽게 밀크를 마시는 동안, 커피 마시면서 엄마하고 수다수다다 하던 다방이모,
"이놈 손이, 차 마시는 태도(태도, 라고 했다)도 좋재. 소리 한 분(번) 안내고야 ..."
그거야, 뜨거운 것 먹을 때, 후후~ 불거나, 덜썩 입에 넣었다가 뱉거나 하면
엄마한테 두고두고 잔소리 들을 것이기 때문에, 사실, 그  밀크 첫모금이 정말로 뜨거워서 
비명이 목구멍까지 나오려는 것 억지로 참았었다... nobody knows all my troubles

하여간, 그 따뜻달콤했던 밀크를 마시고 집에 가는 길, 하나도 안추웠었다.

 

 

우유를 큰 머그컵 가득 붓고, 설탕을 듬뿍듬뿍!
평소에 잘 안먹던 우유, 거기에 간도 크게 설탕까지...???
의아해하는 옆지기의 시선을 일부러 근엄하게 외면하고 전자렌지에 돌리기.
그런데, 그 '우유모드' 는 미적지근 데우기만 하는 것인지, 결과물이 전혀 따끈한 맛이 없네...
다시, 2분짜리 코스로 변경, 정확히 2분 뒤!

아하~ ! 찾았, 유레카!

바로 바로 그 따아끈 따아끈 달콤달콤  ... ... Just the MILK !

흐뭇해 하는 나를 옆지기가 원시미개야만카니벌 보듯이 한다.
'저양반, 우유를 저렇게 팔팔 끓이노, 거기다가 설탕까지 타서... '싶어서겠지만...
야만족도 식인종도 좋다, 내 따뜻했던 추억인 걸...

 

아직은 좀 쓸만하다 싶은 내 기억창고 어딘가에
밀크같은, 또 다른 추억 있을 거야...

 

눈은 내리고 눈은 내리고
지나온 발자욱 마다

흰눈이 쌓이고  ... - 조영남이가 노래 참 잘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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