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넥타이 휘날리며...

가을길 2011. 9. 30. 15:38

 

 

하여간, 나는 그놈의 넥타이 매는 것이 무지하게 싫다.
빳빳한 목깃도 싫은데, 목둘레를 감고, 조여가면서
매듭 가운데에 액센트가 위치하도록 신경써야하고
- 하지만, 바람에 넥타이가 젖혀 날리우는 것은 기분 좋다.

왜 목을 졸라매?  하고 엉뚱한 생각이 들때가 있다.

서구식, 그 '양복'이 왜 우리네에게도 '정장'이 되었는지...

내가 양복을 입는 경우라고 해봤자,
업무상 중요한 첫대면의 자리, 그리고
봄, 가을철의 결혼식 참석, 가끔씩의 문상때 뿐이다.
그러니, 넥타이 매는 횟수도 기껏, 한 해에 둬 달 정도라서
넥타이 패션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넥타이 걸이에 걸린 숫자가 글쎄, 10개 정도?
- 10년 넘은 것도 있다.

 

계절이, 짝짓기 하기 좋은 철 되니까, 또 슬금슬금
가을이파리 같이 날아드는 '청첩장...'
그래, 이 10월, 11월의 주말도 그럴 것이다.

"오늘, 백화점 가는데, 당신 넥타이 한 두개 사오깨."
"넥타이는 사지 마, 몇 개나 있잖아."
"맨날 같은 거 매면 좀 그렇잖아, 벌써 몇 년씩이나 됐고..."
"아직 멀쩡 하잖아." - 억지 소리인줄 안다.
"넥타이가 어데, 닳아서 못쓰는교? 
 당신도 좀 세련되게 해야지..."
"세련? 그런 것도 있나, 넥타이로?"
"옆에 따라 가는 내 체면도 있고 ㅎㅎㅎ."
그런가? 그래, 늙으막에 당신 체면도 있어야겠재.
"알았어..."
"내 맘대로 살 거니까, 절대로 바꿔오란 말 하지마소이."
"맘대로 하소, 내사 뭐 일년에 몇 번 맨다고..."

 


또, 넥타이라...,  그래
그 목울대 졸라매고서 결혼식장으로 가겠지,
오,가며, 선선한 바람에 잎 지는 길에서
새 넥타이가 어깨위로 휘리리 날리우는
그런 멋, 용케 있을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