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내가 아는 내 병...

가을길 2011. 12. 26. 21:35

 

 

헛된 곳에 자료 부탁한 이틀, 헛되게 보낸 값을 하느라, 집으로 자료 챙겨와서

오후 15시 부터 20시까지 5시간, 그야말로 숨도 안쉬고 용맹정진, 드뎌

속 시원하게, 28일의 미팅자료를 마쳤다. - 오늘, 나를 이렇게 만든 녀석들에게는 꼭 그만큼의 답례를 할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빨리 끝낸 편이다. 새벽 4~5시까지 눈 벌겋게 한 적도 더러 있다.

 

"지금부터, 나는 아무데도 없는기다이..." 하고

컴방 문을 탁, 닫으면 그때부터 옆지기도 초비상이다. - 몇 번의 경험에 의해서.

정말로, 일 끝날 때 까지는 숨도 안쉬고, 물도 안마시고 오줌도 안누는데,

감히 어디,여자가 싱크대에서 떨그럭 거리는 소리를 내노.

- 물론, 유능, 실력자는 일거리를 집으로 가져오는 짓은 안할 것이다만...

 

저녁 8시 20분, 용맹정진을 마치고 나가니까, 거실에서 리시버 끼고 텔비보던 옆지기가 방가방가... 한다.

아, 이럴 땐 무게를 잡아야 해!

"소주하고, 닭날개 10개만 데워줘, 새김치 하고." - 찜찜한 것 시킬 때의 명령은, 짧고 단호해야 한다. 
다른때 같으면, 언감생심 어디서, 닭날개를 10개씩이나, 소주... 를
내가 목에 힘주고서 옆지기에게 시켜묵을까. ㅎㅎㅎ

 

그나저나, 참 큰 병이다.

신경 바짝 쓴 뒤에는 어질어질 하도록 배가 고프다.

일하기 전에 미리, 아무리 넉넉하게 먹었어도 그렇다.

오늘도, 닭날개 10개, 김치 반 포기, 감자전 5개, 소주 3잔을
채 5분도 안되는 시간에 회오리 바람같이 같이 말아 넣는 동안, 옆지기는 내 눈치만 본다. 
뭐 속으로야 '헤이구 치, 일좀 했다꼬 저래... 걸신이 들렸나, 어쨌나, 체하믄 우짜노... ' 하겠지만.

 

"아이고, 인자 뭐가 좀 바로 뵈네. 당신, 밥 묵었나? 커피 한 잔 도..."

"이 날개 귀신아, 누가 뺏어묵더나. 묵을때는 숨을 좀 쉬면서 묵으야지...

 아이고 성질도 성질도... , 저라이 생전 살이찌나,
꼴랑 일 좀 했다꼬, 흥... 뭐어? 커피까지 타달라꼬? ... 꽁시랑 꽁시랑"

 

참, 큰 병이다.

나도, 정말로 내가 걱정된다.

해치워야지... 작정하면, 그 해치우는 동안은 도통 다른 생각(먹는 것도) 없어졌다가

마치고 나면, 정말 내가 생각해도 겁이 날 정도로
무지무지 많이, 무지무지 빨리 먹어댄다. 스트레스에 대한 보복?

이럴 때, 내배가 왜 그렇게나 고파하는지... 무슨 병일까.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