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도 그렇고, 날씨도 그렇고... 한 바퀴 돌다가 4시쯤 둥지로 귀소.
옆지기가 세탁기좀 바로 놔 달란다, 탈수할 때 덜컹거린다고.
세탁기 운전은 할 줄 몰라도, 덜컹거리는 이유는 짐작이 간다.
어디, 다리 한 쪽 높이가 안맞는거야. - 원심력을 이용한 기계들은 밸런스가 중요하다.
걸리적 거리는 것들 치워내고, 조정나사를 돌려서 단단하게 조여주고 시운전!
조용~하다! 옆지기가 대견한 듯 웃는다. 흐음, 까이꺼...
생각난 김에, 베란다 구석의 '은행술' 단지를 컴퓨터방으로 옮기기로 했다.
무게가 만만치 않다, 소주가 18리터 + 은행알 무게 + 단지 = 35kg 이상...
두 낡은이들이 겨우 옮겨다가 놨다. 아, 뻐근한 허리...
"잠쉬 쉰다.." 고 옆지기가 침대에 눕는가 싶더니 곧 잠이 든다.
나도 한 숨... 싶어 옆에 누워서 옆지기 손을 만져본다. 따뜻하다, 옆지기 손은 늘 따뜻하다.
그러다가, 두 낡은이들이 해 지는 줄 모르고 잤나보다.
갑자기 육중한 무엇이 "히히히히" 하면서 옆지기와 나 사이에 끼어든다.
외출하고 온 딸내미!
"놀래라 가시나야, 몇시고?"
"엄마, 6신데, 할매할배가 이시간에 왠 낮잠?"
"너거 아빠가 술단지 옮기자캐서 내가 이래 몸이 늘어진다 아이가..."
"야, 임마. 니 여기가 어데라꼬 철푸덕 낑기노..."
"아빠 낮잠 주무시는 것 참 오랫만에 봐요."
"너거 아빠, 인자 다됐다 아나? 낮에 무신 코를 그래 골더노...
비키라, 밥하구로..."
"더 누워 계세요, 뭐 시켜먹어요, 제가 사께요..."
"미역 줄거리 찌개해 가주고 밥묵자."
둘이가 빠져나간 침대에서, 나는 더 푹 퍼져있었다.
아 어찌 그래도 맛있는 낮잠이더냐... 할매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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