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빼빼로 데이, 처용에게는 몹쓸 날이었다

가을길 2011. 11. 11. 19:39

 

 

1111 빼빼로 데이 ...

일년에 한 번은 나도 이 과자 먹게 된다.

딸내미도 직장에서 가져오고, 들르는 사무실 마다 톡톡 분질러 먹으라고 내놓는다.

이 과자 만든 사람, 그리고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라고 이름 붙일 줄 안 사람은

아마도 대단한 성과급 받았을 듯...

 

톡톡 톡톡 - 스마트폰의 '톡' 아니고 - 모두들 잼나게 잼나게 톡톡 끊어먹으면서들

막상, 1111 때문에 눈물 흘리고 쓸쓸히 떠나간 어떤 사람은 생각하지 않을 듯.

 

원산지 불명의 처용, - 직업적인 가수(궁정가수)였다는 설도 있다.

그날도 궁궐 연회에서 노래도 하고 춤판에서 너울거리다가... 얼큰히 취해서

집으로 왔는데, 어허... ...!

이불 아래에 다리가 1111  원 원 원 앤 원

합이 넷이라!
둘은 내것이 분명한데 나머지 둘은 언 넘 것?

 

뉘집 자손인지, 용왕의 자식으로써의 법도가 확실했 처용은
조용히 조용히 뒷걸을질, 문을 닫아주고서
마당으로 나와서 달을 봤다. 11 하고 11 ... 1111  1111 1111 ...

자꾸만 어른거리는 1111 때문에 밤 내내 처용은 빼빼 말라갔다.

서라벌 장터, 가래떡을 봐도 1111, 엿가락을 봐도 1111 ....

온천지가 1111 ...

그렇게 빼빼 말라가던 처용은 끝내, 개운포 앞바다로 빼빼 마른채 돌아가버렸다.

 

처용을 울게 한, 못된  1111, 그 못된 다리몽뎅이들 1111을

우리들은 처용을 대신해서, 처용의 속이 셔언 하도록끔

톡톡 분질러서, 씹어주는 것이다, 톡톡톡톡  톡톡톡톡.....

 

La Novia - Gigliola Cinquet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