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道 닦기 -먹을 갈면서

가을길 2011. 5. 31. 21:42

 



 

도 닦기 - 먹을 갈면서

 
식구가 처녀적 때부터 썼다던가, 날근날근
거칠거칠한 군용담요 위에
며칠 지난 신문지 깔고 벼루에다 먹을 간다.
휴일 아침. 창밖은 철쭉이 눈부시다.
먹 끝이 반듯하게 닳아야 한다던 어릴적 배운 가르침,
지금도 줄기차게 누질러 오는 '마음 바로 하기, 잡념 안가지기...'
심심한 놀이터, 혼자 그네 타는 하늘색 셔츠의 작은 아이.
니는 그네에 흔들리며 도 닦고, 나는 갈면서 도를 닦는다.
무더기 무더기 철쭉에 햇살은 저리 좋노...
밀어 주는 사람없어 곧잘 멈춰버리는 그네가 싫증 난 아이는 미끄럼틀로 올라간다.
곧 시지프스의 신화가 재현 될 것이다. 아이는 시지프스를 모르겠지만 ...
저려 오는 손목...
구속 될거라는, 신문기사의 어떤 사나이와,
일본의 술수에 말렸다는 독도의 사진에 가로 획을 그어 본다.
회색빛, 그 무채색의 무표정 함.
아직 멀었나 봐 ... ...
우리나라도, 이 먹물도 아직 멀었나 봐...
바람에 묵향 은은한데......
새소리 하나 없는 아파트 놀이터, 아이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무의미한 반복은 무의미 하단 것을 깨우친 게지, 그 아이도.
몇 번의 황칠에, 이제 신문지 그 사나이도 독도도 알아 볼 수 없다, 아니,
처음부터 아예 거기에 없었던 갑다.
햇빛에 반짝이는 반듯한 먹끝,
무심하게 무심하게 봄이 넘쳐나는 세상
"커피 마셔요... "
갑자기 자네가 예뻐 보이는 것은, 잠시
도를 닦아서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