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하늘 트릿한 가을아침의 궁시렁

가을길 2011. 10. 7. 20:20

 

 

 

 

 

하늘 트릿한 가을아침의 궁시렁 궁시렁...

 

08 : 05' 경비실 옆
비닐 포대에 꽉꽉 담겨진 수 천, 수 만장의 이파리들
아휴 갑갑 갑갑... 내가 답답해져서
와르르 쏟아 도로 헤쳐 놓고싶다.
젊은 새댁들이, 마당 지저분하다고 관리사무소에 와서
날마다 꽁시렁댄다나 어짠다나...

젊은 새댁들, 저거 얼라들이 쓰레가 암데나 버리는 것 부터 단속 좀 하지...

빗자루질 하는 경비아저씨의 표정도 뭔가 좀 서운한 듯..

 

바람, 바람, 바람결에 맡겨 놓아도 될 것을......

 

 

08:15' 川邊 하상도로
발이 시린지
물 가, 자갈밭에서 쭈볏거린다,
까만 주둥이의 어린 백로들...

 

늬들, 노란 발목에 물때 앉아
어른들 같이 꺼매지고, 주둥이 노래지면
발 안시릴거야, 내쯤엔...
그동안, 늬들 날개는 때 안타게 잘 간수해라... 

 

 

08 : 35' 사무실
까아만 머그 잔에 뜨거운 물을 담아 다끈따끈하게 데운다,
그래야, 커피가 제대로 따끈따끈 하지.
커피가 제대로 따끈따끈해야 트릿한 맘 잊어버리지.

 

For "Good to the last drop" ! - 커피 선전문구
까아만 머그잔에 짙은 갈색 커피 두 스푼 풀 full
동결건조된 몽글몽글 커피가루는
아프리카나 인도네시아 브라질... 어디쯤 열대숲의 내음 날리고는
검은 열탕에 소리없이 사그러진다.

 

악마같이 까맣고
지옥같이 뜨겁고
사랑같이 달콤한 - 설탕을 넣으면

 

까아만 머그 잔 속에서 까만색의 커피는
이 아침, 마지막 한 방울 까지도
"Goooooooooooooooooooooooooood" !

 

09:14'

전화 왔다, 정신머리 정위치!
그래, 요샌 늘 그런 전화야.
"... 해서, 잠시 미룹시다." - 그럽시다.
메시지 왔다.
동기생 장남 장가 간다고... - 동기회 총무

그래, 이맘땐 다 그런 메시지야...

그예 한여름 그냥 보낸 청학동 생각이난다.
푸른 날개 펴며, 학 날아왔을까... 기다림들로 사는 도인촌 사람들...
나는

무얼 기다리기나 하고 있는 건지...
칙칙한 아침이다, 올래믄 오지, 비 !

단풍이나 울고싶도록 붉어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