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옆지기의 염색약 3

가을길 2011. 7. 6. 21:27

이래 저래 살 것 많아 짐이 좀 될 거니까, 오후에 시간 맞춰 코스트코에서 만나잔다, 옆지기.
주말이라 차 밀리느니 어쩌니... 쓰잘데기 없이 뻗댓다가는 뒤 좋을 것 없어 가긴 갔는데,
왠일? 먹거리를 맘대로 고르란다.
베이컨도 좋고, 햄도 오케이란다, - 이기 머야,머야 좀 불안...
하지만, ' 그래, 이왕이면...' 싶어,
나초도 젤로 큰 것 한 봉지, 수입 베이컨 한 뭉치, 덴마크햄, 일식된장, 간장...
오랫동안 거부 되었고 금기시 되었던 것들을 카트에 막 쓸어 담았다.
옆지기는 거기에다 또, 초콜렛도, 육포도 카트에 담아준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타, 이렇게 수월할 턱이 없는데,
도대체, 오늘 와이라노? 계산을 나더러 하라고 할래나, 그래봤자 뭐 그돈이 그돈이지만...'

다른 찬거리, 용품들... 다 사고서, 염색약 파는 코너로 따라갔다,
나야 뭐, 염색 안하기로 한지가 벌써 2년 넘었으니까 이제는 별 관계 없는 곳이지만...

염색약들, 그 참, 번호도 여러가지에 호칭도, 갈색, 자연 갈색 흑갈색 흑색... 많기도 하네.
식구야 당연히 갈색을 선택할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서,
좀 좋다 싶은 상품 중에서 '갈색'을 하나 집어서 보여주니까
"내가 지금 갈색으로 되나..." ... 옆지기가 기운없이 중얼거린다.
"????"
"갈색으로 하면 흰머리가 염색이 잘 안되잖아..."


그런가 !
아, 그런가, 이사람! 
당신도 그런가 이제... 갑자기 울적해져서 옆지기의 머리를 봤다.


한 30년 전, 5월의 마지막 날, 처음 만난 날,
어깨까지 드리워진 머릿칼의 그 색깔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었는데...
참말로, 검정도 갈색도 아닌 그런 색의 머리는 여지껏 못봤다.
- 제눈에 안경, 결코 아니고, 나름 나대로 '보는 눈'은 아주 고급이다.
예전, TV라던가, 에서 '아름다운 갈색, 머리..' 어쩌구 하는 염색약 선전 나오면
둘이는 같잖아서 웃었었다. 그정도로 아름다웠었다.


그랬던 것이, 지금은
흰머리 가리려 숱하게 치른 염색약과의 전쟁으로 아예 본래의 색깔은 없어졌구나,
없어진지가 오랬구나. 그런데도 나는,
당신은 매양 그자리인 걸로, 늘 거기에 그대로 있는 것으로만 여겨서는
오래오래를, 당신을 옳게 쳐다보지도 않았던갑다...


꽉 찬 카트가 하나도 신이 나지 않았다.
옆지기가 치킨이나 피자 먹고 가자는 것도 마다 했다.
집으로 가는 길, 차안에서 물어봤다, 오늘 왠일로 베이컨이고 뭐고, 다 사라고 했냐고.

"우리(옆지기 하고 딸내미)가 고기 잘 안먹는다고,
 당신 즐기는 것에도 너무 통제한 것 같아 미안해서..." 란다.

"이사람이, 흰머리 늘더니만 철 좀 드는갑다야..." 해 주면서도
뭣이 그래 허전터노, 내 속 한켠이......

그 아름답게 찰랑이던 아름다움, 다시는 볼 수 없는 건 갑재, 이제는... - 2010.06.30

 



 


 

Silver thread among the gold (금발속의 은빛 머리)
 
Darling, I am growing old,
Silver threads among the gold,
Shine upon my brow today,
Life is fading fast away.
But, my darling, you will be,
Always young and fair to me,
Yes, my darling, you will be
Always young and fair to me.
Chorus:
Darling, I am growing old,
Silver threads among the gold,
Shine upon my brow today;
Life is fading fast away.
When your hair is silver white,
And your cheeks no longer bright,
With the roses of the May,
I will kiss your lips and say,
Oh! My darling, mine alone, alone,
You have never older grown!
Yes, my darling, mine alone,
You have never older grown!
Love can never more grow old,
Locks may lose their brown and gold;
Cheeks may fade and hollow grow,
But the hearts that love will know,
Never, never winter’s frost and chill;
Summer warmth is in them still;
Never winter’s frost and chill,
Summer warmth is in them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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