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가 쌀통 (빨간 아이스박스) 바닥을 긁으면서, 쌀을 (10kg 짜리 사다 논 것) 내 오란다.
종이 쌀 포대는 재봉실의 실마리를 살살 찾아서, 한번에 주루룩 풀어내는 재미가 있다.
어떻게 그렇게 하냐면서, 부러워 하는 옆지기에게도 가르쳐주지 않는 나만의 재미.
1인분, 2인분... 누르면 나오게 되어 있는 쌀통은 둬 번 쓰더니, 청소하기도 그렇다면서, 그 안에 오만 잡동산을 넣어 버리고서
쌀하고 콩, 현미,보리... 미리 섞어서아이스박스에 둔다.
행여 내가 가끔씩 쌀밥만 해 달라고 할까 싶어서, 아예 미리 섞어 놓는 얄팍한 수단이다.
고슬고슬 쌀밥이면, 정말로 한 끼에 두 공기는 그저 먹을텐데...
초등학교 때,
엄마가 쌀 단지 바닥을 긁어서 밥을 한 날은
학교에 가서도 온종일 걱정이 되었다.
쌀 뒤주 긁는 소리, 무서웠다.
참, 그러고 보니, 며칠전에 읽은 갱힐
국솥 바닥 긁는 소리... 를 들은 유방도 그랬을랑가...
백로 지나, 추석이 낼 모레!
햅쌀을 거둔다는 소식도 곧 들리겠다, 먼산 밤송이들의 빛이 좀 달라졌으니.
에휴, 촌에 우리 할마시는, 거 잠시,사람 좀 빌려다 시킬 것이지
장독대 옆에 풀을 손수 쳐내다가, 벌에 쐬였단다.
그 옛날에, 쌀 단지 긁을 때 당신 마음은 어땠을까... 추석에 올라오시면 한 번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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