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에스프레소

변비

가을길 2011. 11. 24. 14:21

 

 

낼 모레가 섣달이야...
아직도 빈 그대로인 

흰 여백이 웃는다,

'니가 그렇지 뭐'

 

빨간 펜을 주랴

파란 펜을 주리?

이것이 니 펜이냐?

저것이 니 펜이냐?

똥은 싸야 맛이고 멋이란다

복어같이 혼자 통통 부어봤자
부어 오른 지 혼자 답답단다

빈 노트는

언제 봐도 빈 것이야...

올가을도 여백의 비웃음

에이, 씨벌...

 

맷돌 묵지근한 아랫배로

길어지는 밤,마다 끙끙이는
홀 앉은뱅이

오지게 맘먹고 감아 쥔 하늘을
올가을도 그냥 놓아버린다

'정성이 부족해서 설익은 호박떡'은
두고 두고 숙변으로 남겠다

똥은, 싸야 맛이고 멋인데...

가을마다의 변비에 우울함을 비웃는
여백도, 이제는 내가 애처럽단다


 사진 : 미선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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