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법회 끝난 법당마루에서 - 2011/05/10

가을길 2011. 5. 11. 08:44

초파일 법회가 끝났다.

석가모니 탄생을 기뻐하던 중생들이 세파로 돌아간 뒤,
불상이 내려다 보는 넓은 법당마루에 앉아 옆지기와 커피를 마신다, 떡도 먹으면서...
"여기서 이렇게 앉아 놀아도 되나?"
"그럼, 얼매나 편하고 존 데..."
맞네, 그렇네.
의자가 빼곡한 교회엔 이런 공간이 없었는데...


엄마따라 너부죽 절을 해대는 아그들의, 하늘을 향한 엉덩이가 귀엽다.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불단의 화병에 꽃을 꽂는 아그도 귀엽다, 좋다.
군데군데, 너댓씩 앉아서 도란거리는 사람들이 여유로워서 좋다.

 

문       : "당신, 무슨 소원 했는데?"
옆지기 : "그런 거는 묻는 것도 아니고, 말하는 것도 아니야..." - 잘난 체 하기는 ㅎㅎ~
문       : "내가 따라오니까 좋나?"
옆지기    : "좋기야 하지..."

나는, 식구의 이런 '조용한' 믿음이 좋다. 절에 가자, 교회에 가자... 아무 재촉도 권유도 하지 않는.

 

마루바닥에, 일부러 드러누워서 오만 글씨, 그림들을 본다...
젊은 시절, 틈틈이 읽어봤던 이야기들이 다가온다. - 이럴 땐, 조금 도움이 된다.
아는 것만 골라서 읽어주고, 그림 이야기 해주니까,
"어째, 생전 절에 안 댕기는 사람이 내보다 더 많이 아는데? 이 안다이 박사야..."  
"당신이 뭐, 내한테 물어봤나, 언제...  하기사, 몰라서 못 물어봤재?"
"응"
하지만 새삼 옆지기에게 한자, 한문 배우라고 할 것도 아니고, 단순, 깨끗한 믿음이면 되는 거야.

머릿속에 담는 것도 무겁고, 전부 다 짐이지, 짐. 

기독교, 불교, ... 뭐 이름 붙여 따지지 않아도, 느낌들이 좋을 뿐이다. 

 

※ 작은 아버님 (목사님) : 너는 말이야, '예수님'을 안 믿어서 천당 못 가.

지금 같으면, 피식~ 웃고 말았겠지만 , 성질 나쁜 나는 왜 그 '절대, 절대자, 절대적, 무조건...'  그런 것이 그렇게도 싫었을까? 

그래서, '나는, 구원자니 뭐니 그런 것 거치지 않고, 내가 내 한 만큼의 부처가 될랍니다.'

이렇게 우리집안의 종교분쟁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