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철, 차 트렁크 정리도 좀 해놓자 싶어 안에 든 공구통을 열었더니
어디선가의 바닷가에서 슬쩍, 하나 줏어 넣었던 듯 싶은 주먹만한 몽돌 하나...
추억 저편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습니다.
거제도 몽돌밭 2010.10. 1600 x
서 너해 전 쯤의 가을 새벽, 거제도 어느 몽돌 해변에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수평선 부터 위로, 둬 길도 더 되게 구름 깔렸기에
깔끔한 해돋이 담기를 아예 포기해버렸더니, 외려 마음이 차분해져서는
몽돌들의 잠을 깨우는 파도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차르르르 차르르르 물살따라 구르는 작은 조약돌들의 노래였습니다.
엉덩이를 모래밭에 퍼질고 앉아서 몽돌들을 봤습니다.
하나같이 동글동글, 하나같이 까르르르 웃고있었습니다.
내가 여기에 오기를 수 억년도 더 전 부터
지진, 산사태로, 수 천 골짜기 마다에서 뽑혀진 거친 돌들이
이 바닷가에 팽개쳐져서, 폭풍의 밤 내내 잠도 없이 굴리우다가
기어이 못견딘 어느 돌멩이는 산산히 모래가 되어버렸지만,
어르고 달래는 물결을 다 받아내더니
둥글둥글 군살없이 단단한 몽돌이 되어서
모든 아침들을, 별빛 바다를 차르르 차르르 노래 합니다.
문득, 나도 거기 한자리, 둥글둥글 속 꽉찬 몽돌이 되고 싶었습니다.
내 마음 같지 않음에는 어지간히도 타협을 거부하기만 하는 삐죽 삐죽 거친 돌이었지만
정에 쪼이는 아픔, 서로 부딪쳐서 깨어지는 설움들 다 견뎌서
어느 자리에서도 걸리적거림 없는 둥글둥글한...
그게,어느 세월일런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부대끼고 치이기만 하다가, 아예 모래 낱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는 고슴도치입니다.
자존심의 길이만큼의 가시, 만큼의 간격에
늘 허전합니다.
언제쯤이면, 제살 닳구고 닳군 몽돌되어 내 가시가 남을 찌르지 않게될런지......
* 원이방 圓而方 : (보고, 들은 것 어느 하나에도 치우침 없이)
생각은 둥글둥글 하게,
그러나, 행동거지는 어긋남 없이 딱딱 반듯하게
황희 정승에게,
머슴, " 어쩌구 저쩌구... 그래서 저 여편네 (하녀)가 잘못한 것입니다.
황희 : "그래, 니말이 옳다."
하녀 : "저 돌쇠(머슴)가 이래서 저래서 나쁜 놈입니다."
황희 : "그래, 니도 옳구나."
지켜보던 황희의 조카 ,
조카 : "이래도 흥, 저래도 흥, 그러시면 됩니까?"
황희 : "그래, 니말도 옳다."
황희, 이래도 저래도 흥흥~ 했지만, 모든 것을 짐작했으리라.
그래서, 뒷얘기는 모르지만, 저 둘 (머슴, 하녀)간의 문제 또한 명쾌하게 풀어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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