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에서 돌아오는 길, 햇살은 차마 카메라 대기가 뭣하도록 티미했지만
'어떤 기대'를 가지고 들러 보기로 했다, 금병산 수운교 부근...
작년보다 며칠 늦을 것이라는 단풍예보는 완전히 틀렸다, 여기에는.
가을가뭄 때문인지, 잎끝이 까맣게 오그라진 채 가지에 붙어서 그대로
말라가거나, 아예 벌써 세상버린 녀석들 천지...
그래, 빛도 안좋은데 나선 내 잘못이지 뭐......
2011년 11월11일
100% 참나무잎
눈 쌓이듯, 계단에도 통로에도 가득가득 낙엽 밟는 소리
한 50m 정도 밖에 안되는 길이지만, 서운함이 조금 가셨다.
pure pure pure 100% 참나무잎.
외계인을 만났다.
자외선을 무서워 하는 뇨자 외계인.
흔하게 보잖아, 90도로 접은 양팔을 까딱거리면서
긴 차양밑에는 얼굴 전부를 가리는 마스크, 한가운데에는
식식대는 숨결에 팔랑거리는 코마개를 한 스타워즈 모드의 여전사들.
프랙티스 프랙티스 , practice ...
이 낙엽길을 참 절도있는 독일병정같이도 걷는다.
아, 이런 길을 저렇게 걷다니......
'뭐 저래 비쩍 마른 것이 다있노 ...'
이런 날씨에도 얼굴 다 가린 것을 보니,
니 인물은 지독하게 못생겼을 것이고
눈도 짝 째졌을 거야...'
포도를 보고 툴툴거리는 '이솝의 여우'가 되었다, 나는.
↓ 이정도의 분위기라면, 계단에 잠시 2~3초만 멈춰 서 주는 센스가
지구인이라면 있었을텐데...
100% 참나뭇길
기대를 가지기는, 올해의 저 단풍나무의 빛이 어디쯤일까 ... 였었는데,
말도 못붙이도록 처절하게 말라버렸네, 올해는...
발치에 떨어진 잎새 한 장 없이, 몽땅들 가지에 오그르르 붙어서 한없이 말라가고 있었다.
작년보다 사릏 빨랐는데...
2010년 11월 14일, 작년엔 이랬었다.
La Maritza / Sylvie Var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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