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다가는 붓꽃 얼굴도 못보고 이 봄, 다 지나갈라...
조바심으로, 비오는 토요일, 우산을 들고 수목원으로...
'이런날 셔터를 누르다니...'
어느 빈정이가 빈정거리는 듯 하다.
냅 둬. 그렁그렁 살아있는 물방울 본 적 있어?
그새, 붓꽃들 파삭~ 늙어 버렸다.
그러게, 한 열흘 정도는 시간 줄 줄 알았더니...
맨날 이렇게, 계절의 뒤통수만 보고 산다.
수련은 벌써 폈는데, 이제사 손바닥 만큼씩 연잎...
얼른 훌쩍 커서, 은구슬 옥구슬 되질을
신나게 하거라, 여름 어느 소나기에
그늘쪽 붓꽃은
이제사 제빛, 제 모습이다.
저 진한 붓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 있재...
한 장 더... 잘 찍어 보려는데,
아랫 물방울, 그만
또옥 떨어졌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네......
서운케 서운케 왔던 길 철벅이며 왔다.
'비는 내리고 비는 내리고
지나온 발자욱 마다 추억이 고이고...' - 조영남, 비는 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