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득 봄볕의 대청댐 잔디밭, 꼬맹이들이 소풍 나와서 반짝거리며 뛰어다니는 것에
정신 팔려 있는데, 저어만치서 풍물소리 !
행여 봄하늘에 상모가 펄렁이며 돌아가는 것 볼 수 있을까...
잔디밭에 벌렁 누워서 상모를 찍어보고 싶단 생각에 부지런히 소리 나는 쪽으로 간다.
깃발, 상모는 없지만 꽹가리 장구 징 북, 그리고 놀이패는 모두가 할머니들.
아마도 어느 복지단체의 야유회에 위문공연을 온 듯.
한참 전 부터의 놀이판이었던지, 막바지 자지러지던 풍물소리가 그치고
나란히 정렬을 하더니 인사를 하고 퇴장.
부리나케 다가갔다가, 멀거니... 그냥 뒷모습들만 볼 수 밖에..., 아, 아쉽네, 되게.
머슥해진 채 줄레줄레 그뒤를 따라가서, 작은 나무 그늘에서 음료수 마시면서 숨 돌리는 그네들의
장구가, 징이 햇살에 하도 반짝여서 잠시 보고 섰는데,
"저 아저씨, 사진을 못찍으신 것 같으니까, 잠시 한 판 벌여 드리지요?"
안경 낀 젊은 (지도 선생인 듯) 아줌마가 패들에게 청을 하네.
흘끗흘끗 나를 보던 할머니들이 "그라쥬" 하더니 줄을 맞춰 선다.
이런 황감할 데가...!
for me, only for me ! 처음이다, 첨이고말고.
나를 위한 공연!!!
장단이 그쳤다. 힘껏 힘껏 박수를 쳤다.
이런 고마울데가! 단체사진도 찍어 달란다.
하모! 하모! 하모!
불감청일지언정 고소원!
하나 두울 셋... 하고 찍으면 재미가 없다.
하나, 에 찍고 그냥 두울 셋...
한 번 더,
신호 주기 전에 긴장 풀린 모습 찰칵, 하고서 능청스럽게
"그냥 편하게요..., 하나 두울 세엣"
용케도 눈 감고 있는 사람 하나 없이 담겼다.
봉고가 왔다, 놀이패들은 모시러 온 봉고에다 장구를 북을 싣고 손을 흔들면서 갔다.
내손에는 메일 주소와 시원한 쥬스 한 병이 들려있다....
모두 모두, 내내 건강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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