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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출장복명서

가을길 2011. 8. 24. 11:25

출장복명서 

건명 : ***  **제어장치 현장 확인
결론 : 경제성 없음.
사유 : 현재 유통되고 있는 기술, 기능임.

대상자 ;
이름 : P**

연령 : 68
거주 : 서울 ***
연락처 : **-****-**** (주소지 근처 식당)


작성자 : *** (나)


 
자신이 '발명'한 기계를 산업화 시키고 싶다는 사람 있으니까, 서울에 가서
회사(우리) 영업 아이템으로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라는 출장지시.
결론을 말하면, 
그 기계를 보는 즉시, '아닌데...' 하는 생각이었다.

'** 대학교 **과 1기 졸업생이고, 동기생들 누구 누구가 관련 연구소의 원장, 박사들이고...
이 기계를 연구해 온지가 10년이 넘었는데, 주위에서들은 노벨상 감이라고 한다.
이걸로 떼돈 벌자는 것도 아니고, 내가 연구한 기계가 산업화 되면 족하겠다.
내한테는 그저 늙으막에 먹고 살게만 해 주면...' 하던데...

가족도, 친지도 다 외면, 떠나버린, 그, 10년 넘게를 혼자서 만들고 고쳐서
기존의 문제점들을 완벽하게 해결을 했다는 그 기술은
이미 오래전에 보편. 상용화 된 것이라서
안타깝게도, 이제는 경제성이 전혀 없는 것이었다.
나름, 혼자만의 연구로 만들어진 것으로써는, 정말 훌륭한 결과물이었지만..

기계 둘러보면서, 점심을 대접하는 내내, 기계의 성능... 등은 차치하고서
TV에서 - '인간극장?' 이던가... - 에서나 가끔 볼 수 있었던 것 같은
'생활' 환경이 하도 딱해서, 내내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여기서 어떻게 10년 넘게를? 이 한겨울을 또 어떻게...? 싶은 걱정.

열정을 다해서 '한우물'을 팠지만, 외려 자신이 그 우물안에 갇혀서는
거기에서 보이는 하늘만이 전부인 줄로만 알고 있는 그 무서운 착각.
10년 적공, 그의 믿음이 다 깨지게 될 실망을 줘야하는 것이 어렵고 어려워서
우회적으로 이야기를 해 주니까 금방 눈치를 챈다.
그 실망하는 눈빛에 마음이 어지러웠지만, 현실을 바로 알려 주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이미 누가 다녀 간 길인 줄을 모르고, 미지의 세계를 발견 하리라는 희망으로,
또는, 잘못 된 방향인지를 모르고서 그 길을 끝까지 고집하다가 불행해 진, 악의 없는 사람들,
가족, 지인들도 곁에서 안스러워 하다가 힘겨워, 끝내는 다 멀어져서는
자신의 존재 마저도 '생존'의 위험에 처한 현실이, 건너서 보기에도 너무 우울하다.
돌아오는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가끔씩 무거워지는 마음.
오래전에 다 떠나버렸다는, 그의 옆사람들이
그를 꼭 다시 찾아 주기를... 

'바퀴를 발명하려 하지 마라.' 하는 교훈이 있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