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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피어싱 piercing -

가을길 2013. 8. 2. 21:17

 

 

 

 

 

 

 

멀거니 섰다가
맥 없이 그냥 가는 나를

그렇게 보고 있더라, 너

네가 선택한 적 없는 노란 피어싱......

  

 

 

 

 

 

 

 

 

 

 

비 추적이는 촌길 걸어 나오다 소 사육장 옆을 지나는데, 얼핏 보기에도 저 어둔 축사의 바닥이 너무 습하고 지저분한 것 같아서

마음 되게 않좋네...
꼭이 들어가 보지 않았어도 진저리로 느껴지는 질퍽함. 아, 여긴 정말 최악이네!

팔아 넘길 때 넘기더라도, 쟈들에게 조금 더 쾌적한 환경을 마련해 줄 것이지...

측은코 미안코... 그렇다.

저 노란 귀표...

 

 

 

 

 

 

 

 

 

 

 

 

 

 

 

 

 

 

 

 

 

 

 

 

 

 

 

 

 

 

 

 

 

길가, 어느 길다란 외양간에서는 '송아지'가 태어나고 있는 걸까?

어깨까지 오는 장갑 낀 수의사가 마당을 왔다 갔다 한다...

 

 

 

 

 

 

 

 

 

 

늬들 쌍거풀 눈은 정말 이뻐.

그래서, 늬들은 피어싱 같은 것 안해도 되고 말곤데
왜 우리는 늬들 귓부리에 피어싱을 해줄까?

 

 

 

 

갈 껴 ...... ?

슬픈눈이 슬프게 보고 있네

가랑비 오는데, 노란 피어싱...

늘 뽀송뽀송한 네 누울 자리였으면......

 

 

 

 

네 노란 귀표 열 다섯 자리 표시면, 우리는
네가
자근자근 다져졌거나, 자글자글 볶였거나, 허옇게 삶겼던지, 노릇이 구워져
밥상에 올려졌다 해도, 아니면
꼬리로 도가니로 갈비로 오만 이름으로 토막 토막 잘리워

랩에 둘둘 싸여 냉장진열대에 있던지
그냥 반 쪽으로 터억 짜개져서, 늬들 기름으로 반짝이는 정육점 갈고리에 세상 모르고 걸리웠던지

하여간, 우리는
네 피어싱, 노란 귀표 15자리면

네 미주알 고주알을 추적할 수 있단다.

언제 나서 어디에서 죽임 당했는지

니가, 자궁을 가진 암놈였던지, 새끼에게 젖을 줘보지도 못하고 뺏긴 엄마였거나, 거세를 당한 녀석인지

호주에서 미국에서 물을 건너 왔는지, 반반도 産 자랑스런 '한우' 로써 포화지방 마블링 무늬의 점수가 몇 점인지,

우리네 중에 누가, 늬들에게 지방 잘 끼라고 꽁꽁 가둬 놓고 꾸역꾸역 멕였는지를...

휴대폰만 갖다 대면 손바닥 보듯 알지.

 

미안한 마음에 우리도 알록달록 올망졸망 피어싱을 한단다

혓바닥에, 입술에, 콧날에, 귓바퀴에, 젖꼭지에, 배꼽에

피부에 구멍이 뚫리는 아픔만이라도 늬들하고 같이 하고픈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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